비타민 D 결핍, 한국인이 특히 주의해야 하는 이유
비타민 D 결핍, 한국인이 특히 주의해야 하는 이유
국민 10명 중 9명이 부족한 비타민 D, 제대로 알고 관리하자
충격적인 통계: 한국인의 비타민 D 현황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93%가 비타민 D 부족 상태입니다. 특히 20~30대 여성의 경우 97%가 결핍 상태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치입니다. 미국의 경우 약 42%, 유럽은 40% 정도가 비타민 D 부족을 경험하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습니다.
혈중 비타민 D 농도의 정상 기준은 30ng/mL 이상입니다. 20~29ng/mL는 부족, 20ng/mL 미만은 결핍으로 분류됩니다. 그런데 한국인의 평균 혈중 비타민 D 농도는 약 16~18ng/mL로, 결핍 수준에 해당합니다. 특히 겨울철에는 평균 농도가 더 떨어져 12~15ng/mL까지 낮아집니다.
왜 한국인은 비타민 D가 부족할까?
첫 번째 이유는 실내 생활 패턴입니다. 비타민 D는 '햇빛 비타민'이라 불리며, 자외선 B(UVB)가 피부에 닿으면 체내에서 합성됩니다. 그런데 한국인의 평균 실내 체류 시간은 하루 20시간 이상입니다. 사무직 직장인은 출근할 때와 퇴근할 때를 제외하면 햇빛을 거의 보지 못합니다. 게다가 출퇴근 시간대의 햇빛 강도는 비타민 D 합성에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두 번째는 자외선 차단 문화입니다. 한국은 미백 문화가 강해 자외선 차단제 사용률이 매우 높습니다. SPF 30 이상의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면 비타민 D 합성이 95% 이상 감소합니다. 여름철에도 긴 소매 옷, 양산, 모자로 완전히 차단하는 경우가 많아 햇빛 노출이 극히 제한됩니다.
세 번째는 위도와 계절적 요인입니다. 한국은 위도 33~43도에 위치해 있으며, 11월부터 3월까지는 태양의 고도가 낮아 UVB 강도가 크게 약해집니다. 이 기간에는 아무리 오래 햇빛을 쬐어도 비타민 D 합성이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특히 서울 기준으로 11월~2월에는 정오에도 비타민 D 합성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네 번째는 식단의 변화입니다. 비타민 D가 풍부한 식품은 연어, 고등어, 정어리 같은 지방이 많은 생선과 달걀노른자, 버섯 등인데, 현대 한국인의 식단에서 이런 식품의 섭취가 감소했습니다. 전통적으로 먹던 말린 생선이나 버섯 대신 가공식품 섭취가 늘어난 것도 원인입니다.
비타민 D 부족이 초래하는 건강 문제
비타민 D는 단순히 뼈 건강만 관여하는 것이 아닙니다. 면역 조절, 세포 성장, 신경 기능, 호르몬 조절 등 다양한 역할을 합니다. 체내 거의 모든 세포에 비타민 D 수용체가 있어, 결핍 시 전신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가장 잘 알려진 문제는 골다공증과 골연화증입니다. 비타민 D는 칼슘 흡수를 돕는 핵심 영양소입니다. 비타민 D가 부족하면 음식으로 칼슘을 충분히 섭취해도 흡수율이 10~15%에 불과합니다. 정상적인 비타민 D 수치에서는 30~40%까지 흡수됩니다. 이로 인해 뼈가 약해지고, 골절 위험이 증가합니다. 특히 폐경기 여성은 골밀도 감소가 빨라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면역력과의 관계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비타민 D는 선천 면역과 적응 면역 모두에 관여하며, 결핍 시 감기, 독감 등 호흡기 감염에 취약해집니다. 2017년 영국의학저널(BMJ)에 발표된 메타분석 연구에서는 비타민 D 보충제가 급성 호흡기 감염을 25% 감소시킨다고 보고했습니다.
또한 비타민 D 부족은 우울증, 만성 피로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뇌에 있는 비타민 D 수용체는 세로토닌 합성에 관여하며, 결핍 시 기분 장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계절성 우울증(SAD)이 겨울철에 많이 나타나는 것도 일조량 감소와 비타민 D 부족이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심혈관 질환, 당뇨병, 자가면역 질환과의 연관성도 여러 연구에서 보고되고 있습니다. 비타민 D가 부족하면 혈압 조절이 어려워지고,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며, 염증 반응이 과도해질 수 있습니다.
햇빛으로 비타민 D 채우기: 실전 가이드
비타민 D 합성에 필요한 햇빛 노출 시간은 계절, 시간, 위도, 피부색, 노출 면적에 따라 달라집니다. 서울 기준으로 여름철(6~8월) 정오에는 팔다리를 노출하고 15~20분 정도면 충분합니다. 이때 약 10,000~25,000 IU의 비타민 D가 생성됩니다.
그러나 봄·가을(3~5월, 9~11월)에는 30~40분, 겨울철(12~2월)에는 1시간 이상 필요하지만, 겨울철에는 UVB 강도가 약해 실질적으로 햇빛만으로 충분한 비타민 D를 얻기 어렵습니다.
효과적인 햇빛 노출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오전 10시~오후 3시 사이가 가장 효과적입니다. 이 시간대에 UVB 강도가 가장 높습니다. 팔, 다리, 등 중 최소 25% 이상의 피부를 노출해야 합니다. 유리창을 통과한 햇빛은 효과가 없습니다. UVB는 유리를 통과하지 못하므로, 실내나 차 안에서는 비타민 D가 합성되지 않습니다.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은 상태에서 노출해야 합니다. 15~20분 햇빛 노출 후에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면 피부암 위험은 낮추면서 비타민 D는 충분히 합성할 수 있습니다.
식품으로 비타민 D 보충하기
비타민 D가 풍부한 식품과 함량(100g당)은 다음과 같습니다.
연어(양식): 약 400~500 IU, 고등어: 약 360 IU, 정어리(통조림): 약 270 IU, 참치(통조림): 약 230 IU, 달걀 노른자(1개): 약 40 IU, 표고버섯(말린 것, 햇빛 건조): 약 1,600 IU, 우유(비타민 D 강화): 약 100 IU/컵
하루 권장 섭취량은 성인 기준 600~800 IU이며, 65세 이상은 800~1,000 IU입니다. 연어 100g으로 하루 권장량의 대부분을 채울 수 있지만, 매일 연어를 먹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효과적인 식단 구성은 일주일에 지방이 많은 생선 2~3회(고등어, 연어, 삼치), 달걀은 매일 1~2개(노른자 포함), 비타민 D 강화 우유나 두유 섭취, 말린 표고버섯을 국이나 찌개에 활용하는 것입니다.
비타민 D 보충제 선택과 복용법
햇빛 노출과 식품만으로 부족하다면 보충제가 필요합니다. 비타민 D 보충제는 D2(에르고칼시페롤)와 D3(콜레칼시페롤) 두 종류가 있습니다. D3가 D2보다 체내 흡수율과 지속성이 우수하므로 D3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적인 보충 용량은 하루 1,000~2,000 IU입니다. 결핍이 심한 경우 의사 처방으로 4,000~5,000 IU를 복용하기도 합니다. 상한 섭취량은 4,000 IU이며, 장기간 과다 섭취 시 고칼슘혈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비타민 D는 지용성 비타민이므로 식사와 함께 복용해야 흡수율이 높습니다. 특히 지방이 포함된 식사 후가 좋습니다. 아침 식사나 점심 식사 후 복용을 권장하며, 저녁에 복용하면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비타민 D를 보충할 때는 마그네슘과 비타민 K2를 함께 섭취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습니다. 마그네슘은 비타민 D의 활성화에 필요하며, 비타민 K2는 칼슘이 뼈에 침착되도록 돕습니다. 일부 제품은 이 세 가지를 복합적으로 함유하고 있습니다.
비타민 D 수치 확인하기
자신의 비타민 D 수치를 정확히 알고 싶다면 혈액 검사를 받아보세요. 25(OH)D 검사로 혈중 비타민 D 농도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건강검진에 포함되지 않아 별도로 검사를 요청해야 하며, 비용은 2~3만 원 정도입니다.
검사 결과 20ng/mL 미만이면 적극적인 보충이 필요하고, 20~29ng/mL는 보충제 섭취가 권장되며, 30ng/mL 이상이면 현재 상태를 유지하면 됩니다. 50ng/mL 이상은 과다이므로 보충제 용량을 줄여야 합니다.